백일해예방접종은 흔히 “아기들이 맞는 주사”로만 알려져 있지만, 정작 가장 위험한 시기인 생후 첫 동안 아기는 단 한 번도 백신을 맞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신생아를 지키는 진짜 방패는 아기 본인이 아니라 곁에 있는 어른입니다. 국내에서 백일해가 대유행하면서 생후 2개월 미만 영아가 처음으로 목숨을 잃었고, 질병관리청은 임신부와 동거 가족에게 접종을 강하게 당부했습니다. 이 글은 백일해예방접종의 대상·시기·비용·무료 지원을 한눈에 정리해, 우리 집 아기를 누가 먼저 지켜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드립니다.
백일해, 왜 다 맞았는데 다시 유행할까
백일해(百日咳, pertussis)는 Bordetella pertussis라는 세균이 일으키는 호흡기 감염병입니다. 이름처럼 “백 일 동안 기침한다”고 할 만큼 발작적인 기침이 길게 이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문제는 예방접종으로 생긴 면역이 평생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릴 때 기초접종을 다 마쳐도 보통 안팎이면 면역이 약해져, 성인은 자신도 모르게 백일해에 걸려 “좀 오래가는 감기” 정도로 앓고 지나갑니다.
바로 이 가벼운 어른이 면역이 없는 신생아에게는 치명적인 전염원이 됩니다. 백일해는 기침·재채기를 통한 비말로 전파되며, 전염력이 매우 강해 가족 내 미접종자가 감염되면 80% 이상이 옮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영아 백일해 감염의 상당수는 부모·형제·조부모에게서 옮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첫째 주 기준 국내 백일해 (의사)환자는 누적 3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7~19세 소아·청소년이 87.7%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질병관리청은 생후 2개월 미만 영아의 국내 첫 백일해 사망을 발표했습니다. 백일해가 “옛날 병”이 아니라 지금 우리 주변에서 돌고 있는 감염병이라는 신호입니다.
백일해 증상, 감기와 헷갈리는 3단계
백일해의 잠복기는 보통 ~(최소 4일~최장 21일)입니다. 초기에는 일반 감기와 거의 구분이 안 되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기 쉽습니다. 경과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 카타르기(1~2주): 콧물·재채기·가벼운 기침으로 시작. 이 시기 전염력이 가장 강하지만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 경해기(4주 이상): 발작적인 기침이 몰아치고, 숨을 들이쉴 때
흡
하는 쌕쌕거리는 소리(흡기성 “whoop”)가 난다. 기침 끝에 구토하거나 얼굴이 빨개지기도 한다. - 회복기(2~3주): 기침 빈도와 강도가 서서히 줄어든다.
특히 생후 6개월 미만 영아는 전형적인 “whoop” 소리 없이 갑자기 숨을 멈추는 무호흡(apnea)·청색증으로 나타날 수 있어 더 위험합니다. 폐렴·경련·뇌증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1세 미만 영아는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언제, 얼마에 맞나 — 한눈에 정리
백일해 백신은 디프테리아·파상풍과 묶인 혼합백신으로만 나옵니다. 영유아용은 DTaP, 만 11세 이상 청소년·성인용은 Tdap, 백일해 항원이 빠진 추가용은 Td입니다. 대상별로 백신·시기·비용이 다르니 표로 먼저 잡아두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 대상 | 백신 | 접종 시기 | 비용 |
|---|---|---|---|
| 영유아(생후 2개월~만 6세) | DTaP 5회 | 2·4·6개월 + 15~18개월 + 만 4~6세 | 국가예방접종 무료 |
| 만 11~12세 | Tdap(또는 Td) | 만 11~12세 1회 추가 | 국가예방접종 무료 |
| 임신부 | Tdap | 임신 27~36주(매 임신) | 비급여 자비(약 3.5만~7만원) |
| 성인·조부모·돌보미 | Tdap 1회 후 Td 10년마다 | 신생아 접촉 전(최소 2주 전) | 비급여 자비(약 3.5만~7만원) |
영유아 DTaP, 국가예방접종 일정부터 챙기기

아기는 스스로 면역을 만들 시간을 벌기 위해 일찍, 여러 번 나눠 맞습니다. 우리나라 표준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1차 — 생후 2개월: 기초접종 시작.
- 2차 — 생후 4개월: 최소 4주 간격 유지.
- 3차 — 생후 6개월: 기초접종 3회 완료.
- 4차(추가) — 생후 15~18개월: 면역 보강.
- 5차(추가) — 만 4~6세: 취학 전 마무리.
이후 만 11~12세에 Tdap(또는 Td)로 한 번 더 추가접종을 합니다. 여기까지는 모두 국가예방접종사업(만 12세 이하) 대상이라 보건소와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습니다. 접종 일정은 예방접종도우미 앱이나 정부24에서 우리 아이 접종 기록과 다음 차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제때, 빠짐없이 — 한두 차수만 밀려도 면역 공백이 생깁니다.
임신부 Tdap, 27주가 골든타임인 이유

아기는 생후 2개월이 되어야 첫 백일해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 전까지의 공백을 메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임신부 Tdap 접종입니다. 임신 중 엄마가 백신을 맞으면 태반을 통해 항체가 태아에게 전달돼, 아기가 태어난 직후부터 스스로 접종을 시작하기 전까지 보호막이 됩니다.
질병관리청은 임신 27~36주 사이의 접종
을 권장합니다. 항체가 태아에게 충분히 넘어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므로, 가능하면 27주에 가깝게 맞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Tdap 접종은 생후 2개월 이전 영아의 백일해 발병 위험을 약 80%까지 낮춥니다.
“유행과 상관없이, 과거 Tdap 접종력이 없는 임신부에게 백일해 백신 접종은 권장됩니다.”
— 질병관리청, 백일해 예방접종 안내
국내 지침은 과거 접종력이 없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권장하지만, 미국 ACIP 등 해외에서는 접종력과 무관하게 매 임신마다 27~36주에 맞도록 권고합니다. 임신 때마다 항체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출산이 임박해 접종 시기를 놓쳤다면, 분만 직후라도 가능한 빨리 맞는 것이 권장됩니다.
코쿠닝 — 아기 둘레의 어른이 먼저 맞는 전략

코쿠닝(cocooning)은 면역이 없는 아기를 ‘누에고치’처럼 둘러싼 어른들이 미리 백일해예방접종을 받아, 아기에게 균이 닿을 통로 자체를 막는 전략입니다. 질병관리청도 1세 미만 영아 보호를 위해 부모·형제·조부모·산후도우미·보육시설 종사자의 Tdap 접종을 당부했습니다.
핵심은 타이밍입니다. 신생아와 접촉하기 최소 2주 전에는 접종을 마쳐야 항체가 형성됩니다. 출산 예정일에 임박해 “이제 와서?”가 되지 않도록, 산모뿐 아니라 함께 아기를 돌볼 가족이 임신 후기에 미리 일정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에 해당한다면 본인이 코쿠닝 대상입니다.
- 곧 손주를 볼 조부모 — 마지막 접종이 10년 이상 전이면 사실상 무방비
- 신생아와 같은 집에 사는 아빠·형·누나
- 산후도우미·베이비시터 등 아기를 직접 돌보는 사람
- 신생아·영아를 자주 접촉하는 의료·보육 종사자
비용과 무료 대상, 헷갈리지 않게
비용은 “누가 맞느냐”로 갈립니다. 만 12세 이하(영유아 DTaP 5회 + 만 11~12세 Tdap)는 국가예방접종 대상이라 보건소·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입니다. 반면 임신부·성인·조부모의 Tdap는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이라 본인이 비용을 부담합니다.
성인용 Tdap 백신은 부스트릭스나 아다셀이 주로 쓰이며, 2025년 기준 병원·지역에 따라 대략 3만 5천원~7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습니다. 같은 백신이라도 의원·종합병원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 진료비 정보나 병원 비교 앱(모두닥 등)에서 우리 동네 가격을 미리 확인하면 수만 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임신부·고위험군 대상 한시적 무료·할인 사업을 운영하기도 하니, 거주지 보건소에 문의해 보세요.
접종 전후, 이것만 기억하세요
Tdap·DTaP는 비교적 안전한 사백신이며, 임신부에게도 안전성이 확인돼 있습니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접종 부위 통증·발적·부기이고, 미열·피로감이 하루 이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 별다른 처치 없이 좋아집니다.
다만 이전 접종에서 심한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이 있었거나, 백신 성분에 중증 과민반응 이력이 있다면 접종 전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발열을 동반한 급성 질환을 앓는 중이라면 회복 후로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백일해에 이미 걸렸더라도 자연 면역이 오래가지 않으므로, 회복 후에도 예정된 예방접종 일정은 그대로 이어가야 합니다.
참고로 백일해 환자는 항생제(아지스로마이신·클래리스로마이신 등) 복용을 시작한 뒤 이 지나야 등교·등원·출근이 가능합니다. 가족 중 확진자가 나오면 미접종 영아 등 고위험군은 예방적 항생제를 고려하므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어릴 때 다 맞았는데 어른도 또 맞아야 하나요? 네. 백일해 면역은 보통 10년 안팎이면 약해집니다. 성인은 Tdap를 한 번 맞은 뒤 이후 10년마다 Td로 추가하는 것이 권장되며, 특히 신생아를 돌볼 예정이라면 접촉 전에 Tdap를 챙기세요.
Q. 임신 중에 백신을 맞아도 태아에게 안전한가요? Tdap는 사백신이라 임신부와 태아에게 안전한 것으로 확인돼 있습니다. 오히려 접종하지 않으면 태아가 출생 직후 무방비 상태가 되므로, 27~36주 접종이 권장됩니다.
Q. 임신 27주가 지났는데 아직 못 맞았어요. 늦었나요? 36주까지는 권장 범위 안이고, 그 이후라도 분만 전·후 가능한 빨리 맞는 것이 맞지 않는 것보다 낫습니다. 담당 산부인과와 일정을 조율하세요.
Q. 조부모도 꼭 맞아야 하나요? 손주를 자주 안고 돌볼 예정이라면 강력히 권장됩니다. 마지막 접종이 10년 이상 전이라면 면역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본인도 모르게 아기에게 옮길 수 있습니다.
Q. 백일해 백신만 따로 맞을 수는 없나요? 없습니다. 백일해 항원은 항상 디프테리아·파상풍과 묶인 혼합백신(DTaP·Tdap)으로만 나옵니다. 즉 백일해예방접종을 하면 파상풍·디프테리아도 함께 예방됩니다.
Q. DTaP를 한두 차수 놓쳤는데 처음부터 다시 맞아야 하나요? 아닙니다. 놓친 시점부터 이어서 접종하면 됩니다. 예방접종도우미나 보건소에서 남은 일정을 다시 설계해 줍니다.
마무리
백일해예방접종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아기는 생후 2개월 전까지 스스로를 지킬 수 없으니, 임신부와 그 곁의 어른이 먼저 백신을 맞아 아기를 둘러싼 면역의 벽을 세우는 것입니다. 영유아 DTaP는 제때 빠짐없이, 임신부 Tdap는 27~36주에, 조부모·돌보미는 신생아 접촉 2주 전에 — 이 세 가지 타이밍만 지켜도 가장 취약한 생애 첫 두 달을 안전하게 넘길 수 있습니다.
2024년 유행과 첫 영아 사망이 알려준 교훈은 분명합니다. 백일해예방접종은 ‘아기만의 일’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챙기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출산을 앞두고 있다면 오늘 당장 산모와 가족의 접종 일정을 함께 점검해 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접종 시기·금기 사항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및 관련 글
-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 백일해(Pertussis)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Q&A로 알아보는 ‘백일해’
- 임산부 독감 예방접종 시기와 안전성, 꼭 맞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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