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 버리는 법, 굳혀서 버리는 게 정답이 아닌 경우

튀김 한 번 하고 남은 기름을 앞에 두면 검색 결과가 대개 한 방향으로 모인다. 신문지에 흡수시켜 종량제봉투에 버리세요, 냉동실에 넣어 굳힌 뒤 버리세요. 그런데 식물성 식용유는 애초에 잘 굳는 기름이 아니다. 콩기름은 녹는점이 영하 16도 부근이라 냉장실은 물론 가정용 냉동실에서도 온전한 고체가 되지 않고, 반쯤 걸쭉해진 상태로 봉투 안에서 다시 흘러나온다. 게다가 폐식용유는 현재 순환자원으로 지정·운영되는 품목이라, 원칙적으로 종량제봉투가 아니라 분리배출 대상이다. 굳히기가 정답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에서 갈린다.

가정용 팬에서 기름으로 음식을 튀기는 모습
튀김 한 번이면 500ml 이상이 남는다. 이 양부터는 처리 경로가 달라진다. (사진: Pexels)

굳혀서 버리라는 조언이 자주 실패하는 이유

기름을 굳혀 버리는 방식은 원래 동물성 지방을 전제로 퍼진 요령이다. 라드나 우지, 버터처럼 포화지방 비율이 높은 기름은 상온에서도 하얗게 굳는다. 반면 가정에서 튀김에 쓰는 콩기름·카놀라유·해바라기유는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 녹는점이 영하권에 있다. 냉장실(약 3~5도)에 넣으면 뿌옇게 흐려질 뿐 고체가 되지 않고, 냉동실(약 영하 18도)에 넣어도 콩기름은 겨우 걸쭉해지는 수준에 머문다.

주요 식용유·유지의 대략적인 녹는점과 가정 냉장·냉동 조건에서의 상태
유지 종류 대략적 녹는점 냉장실(3~5도) 냉동실(영하 18도)
콩기름(대두유) 약 영하 16도 탁해짐, 액체 걸쭉함, 완전 고체 아님
카놀라유 약 영하 10도 탁해짐, 액체 반고체
포도씨유·해바라기유 영하 15도 안팎 액체 걸쭉함
올리브유 약 영하 6도 흰 결정, 반고체 고체에 가까움
팜유·라드 약 30~39도 단단한 고체 단단한 고체

그래서 냉동실에 그냥 넣는 방식은 사실상 흡수재가 있을 때만 성립한다. 우유팩이나 종이컵에 키친타월·신문지를 채워 넣고 기름을 부은 다음 냉동실에서 굳히라는 안내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굳는 주체는 기름이 아니라 흡수재에 붙잡힌 기름이다. 흡수재 없이 액체 기름만 봉투에 담으면 수거·운반 과정에서 봉투가 터져 새는 사고로 이어진다.

폐식용유는 이제 쓰레기가 아니라 순환자원

더 근본적인 변화는 법적 지위 쪽에 있다. 폐식용유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에 따른 순환자원 지정 품목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순환자원 지정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면서 폐식용유·커피 찌꺼기·왕겨 및 쌀겨가 추가됐고, 2026년 4월 행정예고 자료 기준으로 폐식용유는 이미 운영 중인 순환자원 품목에 포함돼 있다.

순환자원으로 지정된 물질은 법적으로 폐기물이 아니다. 종이·고철·캔·유리병과 같은 지위로 올라섰다는 뜻이고, 그래서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기본값이 아니게 됐다. 모아둔 폐식용유가 실제로 향하는 곳은 다음과 같다.

  • 바이오디젤 — 경유에 혼합하는 수송용 연료의 원료
  • 지속가능항공유(SAF) — 최근 수요가 급증한 친환경 항공 연료의 핵심 원료
  • 산업용 윤활유·화장품 원료
  • 세탁비누·사료·의약 캡슐 등 전통적 재활용 경로
서울 성동구에 설치된 노란색 폐식용유 전용 수거함
노란 몸체에 ‘폐식용유 수거함’이 크게 적힌 형태가 표준이다. 앞면에 유량 측정 기준이 표시돼 있다. (사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양으로 갈리는 세 갈래 배출 경로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한 국자 남은 기름과 튀김솥을 비운 1.5리터는 처리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기준선은 대략 500ml18리터 두 군데에서 그어진다.

남은 식용유 양에 따른 배출 경로 비교
남은 양 권장 경로 구체적 방법 주의점
한두 큰술~한 컵 미만 흡수 후 종량제봉투 키친타월·신문지·못 쓰는 기저귀에 완전히 흡수시켜 일반쓰레기로 흡수재가 축축하면 봉투가 샌다. 겹겹이 덧대기
한 컵~500ml 흡수 후 종량제봉투 또는 수거함 우유팩·종이컵에 흡수재를 채우고 기름을 부어 냉동 후 배출 액체 상태로는 절대 봉투에 담지 않기
500ml~18리터 폐식용유 전용 수거함 식힌 뒤 뚜껑 있는 페트병·용기에 담아 아파트 또는 주민센터 수거함으로 물·음식물 찌꺼기가 섞이면 재활용 불가
18리터 이상 처리업체 직접 수거 구청 청소과에 문의해 지정 처리업체에 수거 요청 식당·자영업은 사업장 폐기물 기준 적용

영등포구의 경우 아파트는 단지 내 전용 수거함, 단독주택은 동주민센터 18곳에 설치된 수거함, 18리터 이상 대량 배출은 지정 처리업체 수거 요청으로 경로를 명시해 두었다. 구마다 세부 운영 방식과 수거 주기는 다르므로 거주지 구청 청소과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싱크대와 변기에 붓는 순간 시작되는 일

주방 싱크대 스테인리스 배수구 클로즈업
기름은 찬 배수관을 만나는 순간 벽면에 달라붙기 시작한다. (사진: Pexels)

뜨거울 때 부으면 잘 흘러가니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배수관 안쪽 온도는 상온보다 낮다. 기름은 관을 타고 내려가다 식으면서 관 벽에 얇게 눌어붙고, 그 위에 음식물 찌꺼기와 세제 성분이 겹겹이 쌓인다. 이렇게 굳은 덩어리를 팻버그라고 부른다. 한 번 자리 잡으면 뚫음이 같은 가정용 약품으로는 거의 반응하지 않고, 배관 전문 업체를 불러야 한다.

수질 부담도 만만치 않다. 기름 20ml를 정화하려면 그 20만 배에 해당하는 물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자주 인용된다. 변기 쪽은 상황이 더 나쁘다. 정화조가 있는 건물에서는 기름막이 미생물 분해를 방해해 정화 효율 자체를 떨어뜨린다. 여름철이라면 배관에 남은 기름때가 악취와 초파리의 서식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음식물 쓰레기 냄새 줄이는 방법과 함께 보면 원인이 정리된다.

아파트와 단독주택, 수거함 찾는 법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설치된 폐식용유 수거함에 식용유 병을 그대로 기울여 붓는 모습
아파트 수거함은 대개 병째 기울여 붓는 방식이다. 다 부은 용기는 따로 헹궈 플라스틱으로 배출한다. (사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배출처를 찾는 순서는 이렇게 잡으면 헛걸음이 줄어든다.

  1. 아파트·공동주택 — 분리수거장에 노란색 또는 초록색 폐식용유 수거함이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아직 설치가 없다면 관리사무소에 설치 요청을 남길 수 있다.
  2. 단독·다세대주택 — 관할 동주민센터(행정복지센터) 청사 입구나 지하 분리배출 공간에 전용 수거함이 있는 경우가 많다. 24시간 개방하는 곳도 있다.
  3. 포털 검색○○구 폐식용유로 검색하면 구청 공지사항에 수거함 위치 목록이 파일로 올라와 있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
  4. 모바일 앱 —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배포하는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 검색창에 품목을 입력하면 배출 요령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스마트 수거함을 도입한 자치구도 생겼다. 관악구는 신사동·신림동·신원동·청룡동 주민센터 4곳에 전국 처음으로 포인트 적립형 수거함을 설치해 투입한 용량만큼 시장 가격을 반영한 포인트를 지급하고 현금으로 환급받게 했다. 성동구도 사근동·행당제2동·금호2·3가동 주민센터와 소월아트홀 앞 광장 등 4곳에 같은 방식의 수거함을 운영한다. 일반 식용유 용기나 생수 페트병에 담아 용기째 넣을 수 있어, 병을 기울여 붓는 기존 드럼통 방식보다 손이 덜 간다.

뚜껑을 연 폐식용유 수거함 내부의 스테인리스 투입구 두 개
일반형 수거함은 뚜껑을 열면 투입구가 드러난다. 물이나 찌꺼기가 섞이지 않도록 거른 뒤 부어야 한다. (사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응고제와 흡수재, 80도 규칙을 놓치면 안 굳는다

흡수재로 감당이 안 되는 애매한 양에는 기름 응고제가 쓰인다. 다이소에서 18g짜리 10포 묶음이 3,000원대에 판매되고, 온라인 생활용품몰에도 8포 단위 국산 제품이 있다. 문제는 투입 온도다.

  • 사용을 마친 뒤 불을 끄고, 기름 온도가 80도 이상일 때 넣는다. 600ml당 1포(18g)가 기준이다.
  • 가라앉지 않도록 충분히 저어 완전히 녹인다.
  • 그대로 약 1시간 식히면 젤리처럼 굳는다. 팬에서 통째로 떼어 종량제봉투에 담는다.
  • 식은 기름에 넣거나 기름 양에 비해 응고제가 적으면 끝내 굳지 않는다. 실패의 대부분이 이 두 가지다.

응고제가 없다면 밀가루나 전분을 되직하게 풀어 넣는 방법도 쓰이지만, 양이 많이 들고 팬 바닥에 눌어붙어 설거지가 늘어난다. 소량이라면 키친타월을 여러 겹 깐 종이컵이 가장 깔끔하다. 어떤 방법이든 완전히 식힌 뒤 진행해야 한다. 뜨거운 기름을 종이나 비닐에 바로 부으면 녹거나 눌어붙는다.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볼 것

그날 한 번 튀기고 바로 버리는 기름이라면 아직 쓸 만한 경우가 많다. 재사용 여부는 횟수보다 상태로 판단하는 편이 정확하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는 3회 이내 사용을 권하고, 식품위생 기준에서 식용유의 산가는 3.0 이하로 관리한다.

  1. — 처음보다 눈에 띄게 짙은 갈색으로 변했다면 산화가 진행된 상태다.
  2. 거품 — 재료를 넣었을 때 잔거품이 잘 꺼지지 않고 표면을 덮는다면 교체 신호다.
  3. 연기 — 평소보다 낮은 온도에서 연기가 오르면 발연점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4. 냄새 — 눅눅한 기름내나 쿰쿰한 냄새가 나면 그대로 배출한다.
  5. 점도 — 식힌 뒤 눈에 띄게 끈적해졌다면 중합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다시 쓸 기름은 완전히 식힌 뒤 고운체나 커피 필터로 찌꺼기를 거르고, 밀폐 유리병이나 금속 용기에 담아 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둔다. 투명한 페트병에 담아 가스레인지 옆에 세워두는 것이 가장 빨리 산패시키는 조합이다. 기름 종류마다 발연점과 산화 안정성이 달라 재사용 여력도 차이가 나는데, 이 부분은 카놀라유와 올리브유 비교들기름과 참기름 차이에서 성분별로 짚어두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폐식용유는 음식물쓰레기인가요? 아니다. 음식물류 폐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순환자원 지정 품목이므로 전용 수거함 배출이 원칙이고, 소량일 때만 흡수재로 처리해 종량제봉투(일반쓰레기)로 보낸다.

Q. 기름이 담겼던 페트병은 어떻게 버리나요? 수거함에 기름만 붓고, 빈 용기는 안쪽을 키친타월로 닦아낸 뒤 헹궈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한다. 기름기가 남은 채로 내놓으면 재활용 선별 과정에서 다른 자원까지 오염시킨다.

Q. 참기름이나 들기름도 수거함에 넣어도 되나요? 식물성 유지라면 함께 배출할 수 있다. 다만 양념이 섞였거나 국물·물이 들어간 기름은 재활용이 어려워 흡수재 처리 후 종량제봉투로 보내는 편이 낫다.

Q.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 개봉도 안 한 식용유는요? 사용하지 않은 기름도 동일하게 폐식용유다. 병을 열어 수거함에 붓고 용기는 따로 배출한다. 상태와 무관하게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선택지만 피하면 된다.

Q. 수거함이 가득 차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억지로 붓지 말고 관리사무소나 동주민센터에 알린다. 넘친 기름이 바닥에 흐르면 미끄럼 사고와 악취로 이어진다. 그 사이에는 뚜껑 있는 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에 보관해 두었다가 비워진 뒤 배출하면 된다.

Q. 폐식용유를 팔 수도 있나요? 가정에서 나오는 소량은 거래 대상이 아니지만, 관악구·성동구처럼 스마트 수거함을 운영하는 지역에서는 투입량에 따라 포인트가 적립되고 현금으로 환급된다. 식당 등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대량 폐유는 수거업체와 계약해 유상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Q. 남은 기름으로 비누를 만들어도 되나요? 가능하다. 폐식용유에 가성소다를 반응시키는 방식이 전통적인 재활용 경로이고 주민센터 강좌로도 열린다. 다만 가성소다는 강알칼리라 보호장갑과 환기가 필수이고, 만든 비누는 세안용이 아니라 세탁·청소용으로 쓴다. 주방 기름때 청소는 집 청소 루틴 정리 쪽이 참고가 된다.

정리하면 기준은 하나다

남은 양이 한 컵을 넘느냐가 갈림길이다. 그 아래면 흡수재로 붙잡아 종량제봉투로 보내는 것이 빠르고, 그 위면 식혀서 뚜껑 있는 용기에 담아 전용 수거함으로 가져가는 것이 맞다. 굳혀 버리는 방식은 흡수재와 짝을 이룰 때만 제 기능을 하고, 응고제는 80도 이상에서 넣어야 굳는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싱크대와 변기는 선택지가 아니다. 배관 수리비와 정화 비용을 생각하면, 페트병 하나에 모아 두었다가 장 보러 나가는 길에 수거함에 들르는 쪽이 훨씬 싸게 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