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가볼만한곳을 검색하면 무릉계곡과 추암 촛대바위가 나란히 뜬다. 그래서 두 곳을 붙여 놓고 하루 코스를 짜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 두 지점은 직선거리로만 27km 떨어져 있다. 산자락에 붙은 삼화동 벨트와 바닷가 벨트를 오가는 데만 왕복 한 시간 넘게 쓰게 된다는 뜻이다. 동해시는 산 벨트와 바다 벨트를 나눠 잡고 한쪽을 먼저 끝내야 하루가 여유로워지는 도시다. 아래 8곳은 그 두 축에 맞춰 정리했다.
동해시 여행이 유독 꼬이는 이유
동해시는 면적이 180km²가 조금 넘는 작은 도시다. 그런데 관광지가 몰린 위치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시청과 동해역, 해수욕장은 모두 동쪽 해안선을 따라 붙어 있고, 무릉계곡과 두타산은 남서쪽 끝 삼화동 산자락에 있다. 이 두 덩어리 사이에 시가지가 아니라 고속도로와 산길이 놓여 있다.
수치로 보면 이렇다. 동해역에서 추암까지는 5km, 차로 10분이면 닿는다. 한섬해변은 동해역에서 1.5km라 걸어서도 갈 만하다. 반면 동해역에서 무릉계곡 매표소까지는 약 29km, 차로 안팎이 걸린다. 바다 벨트 안에서는 이동이 10분 단위, 산 벨트로 넘어가면 30분 단위로 뛴다는 점만 기억하면 동선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은 8곳을 인기순이 아니라 바다 벨트 4곳 → 산 벨트 4곳 순서로 묶어 소개한다. 어느 쪽을 오전에 넣을지는 글 뒷부분의 동선 표에서 다시 정리한다.
1. 추암 촛대바위 — 애국가 첫 소절의 그 바위

동해시 관광의 간판이다. 애국가 영상의 첫 소절 배경으로 쓰인 바위가 이곳이고, 촛대처럼 곧게 선 기암 뒤로 형제바위와 크고 작은 암초가 늘어서 있다.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없다는 점이 의외로 큰 장점이다. 동해시의 유료 명소가 몰려 있는 하루 일정에서 비용 완충 역할을 한다.
촛대바위 전망대에서 시작해 72m 길이의 해상 출렁다리를 건너 조각공원까지 이어지는 데크 산책로가 놓여 있다. 바다 위에 설치된 출렁다리는 국내에 흔치 않아 이 구간만 보러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전 구간 데크와 완만한 경사라 유모차나 부모님 동반도 무리가 없지만, 강풍·강우 시에는 안전상 통제된다. 출발 전 동해시 관광안내(033-530-2801)로 통행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바위 바로 옆의 해암정은 고려 말 문신 심동로가 관직에서 물러난 뒤 지은 정자다. 650년 가까운 시간을 거친 목조 건물이 거친 바위와 맞붙어 있어, 사진을 찍으면 자연과 건축이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 촛대바위만 보고 돌아서면 이 대비를 놓치게 된다.
2. 한섬 감성바닷길 — 동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절벽 데크
동해역에서 차로 5분, 걸어서도 20분대인 해안 산책로다. 감추사 육교에서 출발해 한섬해변, 고불개, 가세마을까지 약 2.2km가 이어지는데, 이 중 3분의 1 정도가 해안 절벽 위에 놓인 데크다. 나머지는 송림과 백사장을 따라가는 평지라 체력 부담이 크지 않다.
출발점인 감추사는 신라 선화공주 전설이 얽힌 작은 절이다. 바다를 마주 본 기암 위에 법당이 올라앉아 있어 규모는 작아도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해변 쪽에는 100m 길이의 사각 터널 조형물 리드미컬 게이트가 설치돼 저녁 시간대 조명이 들어온다. 낮보다 해 질 무렵의 그림이 나은 구간이다.
기차로 동해에 도착해 렌터카를 아직 받지 않았거나, 반대로 반납한 뒤 열차 시간까지 애매하게 남았을 때 채워 넣기 좋은 코스이기도 하다. 동해역 반경 2km 안에서 바다를 제대로 보는 방법은 사실상 한섬뿐이다.
3. 천곡황금박쥐동굴 — 아파트 단지 옆 1,510m 석회동굴

도심 한복판에 있는 천연 석회암 동굴이다. 국내 관광동굴 대부분이 산속에 있는데, 이곳만 아파트와 상가 사이에 입구가 있다. 전체 길이는 1,510m, 그중 관람 구간은 810m다. 이름이 천곡동굴에서 바뀐 이유는 황금박쥐(붉은박쥐)가 이 안에 상시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수평 동굴이라 계단 오르내림이 적고, 종유석·석순·유석이 관람로 양옆으로 이어진다. 내부는 사계절 서늘해 한여름에도 얇은 겉옷 한 장이 있으면 편하다. 관람 시간은 천천히 걸어도 40분 안팎이라 하루 일정에 끼워 넣기 부담이 없다.
요금은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경로 2,000원이며 주차는 소형 1,000원이다. 운영은 08:30~18:00, 여름 성수기에는 19:30까지 연장된다. 입장권이 있으면 2층 전시실과 VR 체험 공간도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4. 망상해변 — 여름 한정으로만 넣을 곳
동해시 북쪽 끝의 넓은 백사장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백사장 길이가 길어 가족 단위 물놀이에 적합하고, 뒤편에 오토캠핑 리조트와 한옥마을이 붙어 있다. 다만 7~8월 성수기를 벗어나면 매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전형적인 여름형 명소다. 봄가을에 동해를 찾는다면 이 자리는 뒤에 나올 산 벨트 명소로 대체하는 편이 낫다.
5. 무릉계곡 — 화강암 반석 위를 걷는 명승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로 4km 가까이 이어지는 계곡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무릉반석이 나오는데, 계곡 바닥이 자갈이 아니라 넓게 펼쳐진 통짜 화강암이다. 이 바위 표면에는 조선시대 문인들이 새긴 글씨가 남아 있어, 물놀이 명소이면서 동시에 기록물이기도 하다.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청소년·군인 1,500원, 어린이 700원, 경로 1,500원이다(2026년 8월 기준). 20인 이상 단체는 어른 3,000원으로 내려간다. 주차료는 소형 2,000원, 대형 5,000원이 별도다. 주소는 동해시 삼화로 538, 문의는 033-539-3700이다.
계곡 안쪽 코스는 체력에 따라 두 갈래로 갈린다. 관리사무소에서 용추폭포까지 2.6km 구간이 이른바 ‘눈누난나 힐링코스’로, 가파른 오르막 없이 왕복 이면 충분하다. 두타산과 청옥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만나는 쌍폭포,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용추폭포가 이 코스의 종점이다.
6. 삼화사 — 계곡 초입의 천년 고찰

무릉반석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나오는 절이다. 신라 때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며, 국가 지정 문화유산인 삼층석탑과 철조노사나불좌상이 남아 있다. 계곡 입장료 안에 포함돼 별도 요금이 없다는 점 때문에, 폭포까지 갈 체력이 안 되는 일행이 무릉반석과 함께 돌아보기 좋은 지점이 된다.
절 뒤편으로는 두타산 등산로가 이어진다. 무릉계곡을 산행 없이 가볍게만 볼 계획이라면 무릉반석 → 삼화사 → 되돌아 나오기 정도가 1시간 안에 끝나는 최소 코스다.
7.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 — 오르막 1.5km의 값어치
2020년 가을에 개방된 구간이다. 수백 년 동안 일반인 출입이 어려웠던 산길이 정비되면서, 동해시 관광 지형이 이때 한 번 크게 바뀌었다. 무릉계곡 매표소에서 신선교를 건너 왼쪽으로 들어서면 산성길 들머리가 나온다.
여기서 판단이 필요하다. 베틀바위 전망대까지는 편도 1.5km, 약 1시간인데 이 구간이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이다. 거리만 보고 가볍게 생각했다가 중간에 지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이 1시간만 견디면 수직 암봉이 병풍처럼 늘어선 풍경이 한 번에 열린다.
- 전망대 왕복 — 3km 안팎, 2시간 내외. 등산 장비 없이도 가능하지만 미끄럼 없는 신발은 필수
- 산성길 순환(마천루·쌍폭 포함) — 약 9.8km, 휴식 포함 5시간. 사실상 종일 코스이므로 다른 일정과 묶지 말 것
순환 코스를 택하면 이날 다른 명소는 포기해야 한다. 동해시 일정에서 가장 흔한 실패가 베틀바위 순환과 바다 벨트를 같은 날에 넣는 것이다.
8. 무릉별유천지 — 석회석 광산이 남긴 에메랄드 호수
무릉계곡에서 차로 몇 분 거리, 쌍용C&E 동해공장이 쓰던 석회석 채석장 부지를 관광지로 바꾼 곳이다. 규모가 32만 평에 이르고, 채굴이 끝난 갱도에 물이 차면서 만들어진 청옥호와 금곡호가 옥빛을 띤다. 두 호수 사이에 라벤더 정원이 조성돼 6월에 축제가 열린다.
체험시설이 이 안의 핵심이다. 금곡호 위 777m 구간을 가로지르는 스카이글라이더가 25,000원, 알파인코스터·오프로드 루지·롤러코스터형 집라인이 각 20,000원이다. 두 종목을 묶은 패키지는 35,000~40,000원, 네 종목 전체는 70,000원이다. 신장·체중 제한이 종목마다 다르니 아이 동반이라면 미리 확인해야 한다.
운영시간과 휴관일이 동해시 명소 중 가장 까다롭다. 09:30~17:30 운영에 매표 마감 16:30, 탑승 마감 17:00이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성수기(6~9월) 성인 6,000원, 비수기 4,000원으로 갈린다. 늦은 오후에 산 벨트로 넘어가는 일정이라면 이곳은 사실상 들어갈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묵호 지구는 별도의 하루로 떼어 낼 것

논골담길, 묵호등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해랑전망대가 몰려 있는 묵호 지구는 동해시 북쪽 끝에 따로 떨어져 있다. 이 일대만 도보로 반나절이 걸리는 데다 언덕 골목이 많아, 앞의 8곳과 같은 날에 억지로 끼워 넣으면 양쪽 다 급해진다. 묵호는 묵호역을 기점으로 하루를 따로 잡는 편이 훨씬 낫다. 세부 동선은 아래 함께 보면 좋은 글에 정리해 두었다.
명소별 요금·운영시간 한눈에 보기
| 명소 | 벨트 | 입장료 | 운영시간 | 휴관 |
|---|---|---|---|---|
| 추암 촛대바위·출렁다리 | 바다 | 무료(주차 무료) | 상시 | 없음(악천후 통제) |
| 한섬 감성바닷길 | 바다 | 무료 | 상시 | 없음 |
| 천곡황금박쥐동굴 | 바다 | 5,000원 | 08:30~18:00 | 연중 운영 |
| 망상해변 | 바다 | 무료 | 상시 | 없음 |
| 무릉계곡·삼화사 | 산 | 4,000원 | 하절기 이른 아침~일몰 | 연중무휴 |
|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 | 산 | 무릉계곡 입장료에 포함 | 일몰 전 하산 기준 | 기상 악화 시 통제 |
| 무릉별유천지 | 산 | 6,000원(성수기) | 09:30~17:30 | 매주 월요일 |
요금·운영시간은 계절과 시설 사정에 따라 바뀐다. 방문 전 동해시설관리공단(033-539-3700)이나 각 시설 공식 안내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루 동선, 어느 벨트를 먼저 넣느냐
동해시에서 하루를 쓴다면 두 가지 순서만 놓고 고르면 된다.
- 일출형(바다 먼저) — 새벽에 추암 촛대바위에서 일출을 보고, 한섬 감성바닷길과 천곡황금박쥐동굴로 오전을 채운 뒤 점심 후 삼화동으로 넘어가 무릉계곡을 걷는다. 무릉별유천지는 매표 마감이 16:30이므로 이 순서에서는 포기하는 편이 낫다.
- 체험형(산 먼저) — 오전에 무릉별유천지 개장 시간에 맞춰 들어가 체험시설을 타고, 이어서 무릉계곡을 걷는다. 오후 늦게 바다 벨트로 이동해 추암 산책로와 일몰 무렵의 한섬으로 마무리한다. 월요일은 무릉별유천지가 휴관이므로 이 순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 산행형 — 베틀바위 산성길 순환 코스를 택했다면 이날은 다른 일정을 넣지 않는다. 하산 후 시내에서 저녁만 먹어도 하루가 찬다.
두 벨트를 한 번씩만 오가면 이동은 왕복 1시간 남짓으로 끝난다. 반대로 바다 → 산 → 바다 → 산처럼 번갈아 잡으면 같은 구간을 두 번 더 타면서 두 시간을 길에 버리게 된다.
동해 가는 법과 시내 이동
기차는 KTX-이음이 청량리에서 강릉을 거쳐 동해까지 들어온다. 좌석 확보가 어려운 주말에는 무궁화호와 ITX 편성도 함께 살펴보는 편이 낫다. 시외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동해종합버스터미널로 직행 노선이 다닌다.
문제는 도착 이후다. 바다 벨트는 동해역·묵호역을 중심으로 시내버스와 택시로 충분히 커버되지만, 삼화동 산 벨트는 배차 간격이 넓다. 무릉계곡과 무릉별유천지, 베틀바위를 모두 넣을 계획이면 렌터카나 택시 왕복을 전제로 잡는 편이 안전하다. 동해역과 강릉역 모두에 렌터카 영업소가 있어 강릉에서 차를 받아 남하하는 방식도 흔히 쓰인다.
주차는 대체로 여유롭다. 추암과 한섬은 무료 공영주차장이 있고, 무릉계곡은 소형 2,000원, 천곡황금박쥐동굴은 1,000원 수준이다. 성수기 주말 오전에 무릉계곡 주차장이 먼저 차는 편이라 그날 산 벨트를 넣는다면 이른 출발이 유리하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해시 가볼만한곳을 당일치기로 몇 곳까지 볼 수 있나요? 바다 벨트 안에서만 움직이면 4곳까지 여유가 있다. 산 벨트를 섞으면 이동 시간 때문에 현실적으로 3곳이 상한이다. 베틀바위 순환 코스를 넣는 날은 그 한 곳만으로 하루가 끝난다.
Q. 무릉계곡과 무릉별유천지는 같은 곳인가요? 다르다. 무릉계곡은 명승으로 지정된 자연 계곡이고, 무릉별유천지는 폐채석장을 개발한 체험형 관광지다. 서로 가깝지만 입장료도 운영시간도 별개이며 무릉별유천지만 월요일에 쉰다.
Q. 아이와 함께라면 어디를 넣는 게 좋을까요? 천곡황금박쥐동굴은 수평 동굴이라 유아 동반도 무리가 없고, 추암 데크 산책로 역시 경사가 완만하다. 무릉별유천지 체험시설은 종목별로 신장 130~150cm 이상 제한이 있어 미취학 아동은 탑승이 제한될 수 있다.
Q. 비 오는 날 대안이 있나요? 천곡황금박쥐동굴이 사실상 유일한 실내 코스다. 동굴 내부는 날씨와 무관하고, 입장권으로 2층 전시실까지 볼 수 있다. 반대로 베틀바위와 출렁다리는 우천·강풍 시 통제 가능성이 높다.
Q. 겨울에 가도 볼 게 있나요? 추암 일출은 오히려 겨울이 성수기다. 해가 남쪽으로 치우쳐 뜨면서 촛대바위와 해가 겹치는 각도가 나온다. 다만 무릉계곡 상류 구간은 결빙으로 통제될 수 있고, 망상해변은 계절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
Q. 묵호까지 하루에 다 도는 건 무리인가요? 무리다. 논골담길과 도째비골 일대만 도보로 반나절이 걸린다. 1박 2일이라면 첫날 산 벨트, 둘째 날 묵호 지구로 나누는 구성이 가장 무난하다.
정리하면 동해시 가볼만한곳은 바다 벨트 4곳과 산 벨트 4곳으로 나뉘고, 이 두 축을 몇 번 오가느냐가 하루의 밀도를 결정한다. 27km라는 거리를 계산에 넣고 한쪽을 먼저 끝내는 순서만 지켜도, 같은 8곳을 훨씬 여유 있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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