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화나트륨, 물을 부으면 안 되고 물에 넣어야 하는 이유

수산화나트륨은 가성소다·양잿물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강알칼리 물질입니다. 비누를 직접 만들거나 막힌 배수관을 뚫으려고 처음 다루는 사람이 사고를 내기 쉬운 순간은 의외로 가루를 물에 녹이는 단계입니다. 계량컵에 담긴 가성소다 위로 물을 부으면 적은 양의 물이 순식간에 끓어오르며 알칼리 방울을 사방으로 튀기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화학식 NaOH와 기본 성질부터, 물에 넣는 순서가 중요한 이유, 5% 기준으로 갈리는 법적 지위, 피부·눈에 닿았을 때 응급처치, 세탁·배수관·비누 만들기에서 실제로 조심할 지점까지 차례로 짚어 봅니다.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 비누 계량 계산기

오일 종류와 무게를 넣으면 필요한 수산화나트륨·정제수 양, 수용액 농도, 완성 반죽 무게를 바로 계산해 드립니다.

※ 비누화값은 SoapCalc 오일 목록의 NaOH 대표값이며, 같은 오일도 산지·정제도·로트에 따라 몇 % 차이가 납니다. 순도 98% 이상 가성소다 기준이고, 계산 결과는 참고용입니다. 계량은 반드시 보안경·장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하세요.

가성소다·양잿물·NaOH, 이름이 여럿인 한 가지 물질

수산화나트륨은 나트륨 이온(Na+)과 수산화 이온(OH)이 결합한 화합물로, 화학식은 NaOH, 분자량은 약 40.00입니다. 영어로는 sodium hydroxide라고 하고, 산업 현장에서는 caustic soda, 비누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lye라고도 부릅니다. 우리말 ‘가성소다’는 caustic soda를 옮긴 말인데, 가성(苛性)이 ‘피부 같은 유기물을 부식시키는 성질’을 뜻하니 이름 자체가 경고문인 셈입니다.

‘양잿물’은 서양(洋)에서 들어온 잿물이라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볏짚이나 콩깍지를 태운 재를 물에 우려 빨래에 썼는데, 이 전통 잿물의 주성분은 탄산칼륨이라 알칼리성이 훨씬 약했습니다. 공업용 수산화나트륨이 들어와 같은 용도로 쓰이면서 양잿물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세정력이 강한 만큼 잘못 마시는 사고도 잦아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까지 남았습니다.

공업적으로는 소금물을 전기분해하는 클로르알칼리 공정으로 만듭니다. 소금물에 전류를 흘리면 한쪽 극에서는 염소 기체(Cl2), 다른 쪽에서는 수소 기체(H2)와 수산화나트륨이 함께 나옵니다. 그래서 수산화나트륨 생산은 대개 염소·PVC 생산과 한 단지로 묶이고, 국내에서도 석유화학 단지의 대표적인 기초 소재로 꼽힙니다.

시계접시에 담긴 흰색 알갱이 형태의 수산화나트륨 펠릿
Figure 1. 시중에서 흔히 보는 알갱이(펠릿) 형태의 수산화나트륨. 설탕이나 굵은소금과 헷갈리기 쉬워 음식 용기에 옮겨 담으면 안 됩니다. Image: Walkerma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수산화나트륨(NaOH) 기본 물성과 식별 번호
항목
화학식 · 분자량NaOH · 40.00 g/mol
CAS 번호1310-73-2
겉모습흰색 알갱이·플레이크·막대, 냄새 없음
녹는점 · 끓는점318℃ · 1,388℃
밀도2.13 g/cm3
물 용해도25℃ 물 100 mL에 약 100 g (녹을 때 강한 발열)
1% 수용액 pH약 13.4
UN 번호1823(고체) · 1824(수용액), 운송 분류 제8급 부식성 물질

표에서 눈여겨볼 성질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물에 아주 잘 녹는다는 점, 다른 하나는 공기 중 수분을 스스로 빨아들여 녹아내리는 조해성입니다. 뚜껑을 열어 둔 알갱이 표면이 끈적해졌다가 하얀 껍질로 굳는 것은 수분과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해 탄산나트륨(Na2CO3)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물을 부으면 안 되고 물에 넣어야 하는 이유

수산화나트륨은 물에 녹을 때 1몰(40g)당 약 44.5kJ의 열을 냅니다. 40g을 물 100mL에 한꺼번에 녹이면 이론상 수온이 수십 도 넘게 치솟는 양이고, 실제로 비누용으로 만드는 25~33% 농도 용액은 녹이는 동안 80~90℃ 안팎까지 오르는 경우가 흔합니다.

문제는 순서입니다. 가성소다를 먼저 담고 그 위에 물을 부으면, 처음 닿은 소량의 물이 많은 가성소다를 한꺼번에 녹이면서 국소적으로 끓는점을 넘겨 버립니다. 이때 생긴 수증기가 진한 알칼리 용액을 끌고 튀어 오르고, 컵 가장자리로 날린 방울이 얼굴과 손등에 떨어집니다. 반대로 넉넉한 물에 가성소다를 조금씩 넣으면 발생한 열이 전체 물로 퍼져 온도가 서서히 오릅니다. 진한 황산을 희석할 때 산을 물에 넣으라고 가르치는 것과 같은 원리로, 기억할 문장은 물 먼저, 가성소다는 나중에 조금씩 하나입니다.

녹이는 동안 피어오르는 김도 조심해야 합니다. 뜨거워진 용액 위 수증기에는 미세한 알칼리 방울이 섞여 코와 목을 자극하므로, 얼굴을 컵 위로 들이밀지 말고 창문을 연 상태에서 팔을 뻗어 저어야 합니다. 고용노동부 고시 「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기준」에서 수산화나트륨은 잠깐이라도 넘어서는 안 되는 최고노출기준(C) 2 mg/m3으로 관리됩니다.

안전하게 녹이는 순서

  1. 보호구 먼저 — 측면까지 막힌 고글형 보안경, 니트릴 또는 고무장갑, 긴소매와 앞치마를 갖춥니다. 일반 안경은 옆으로 튀는 방울을 막지 못합니다.
  2. 찬 정제수 계량 — 내열 표시가 있는 PP 용기나 스테인리스 용기에 상온 이하 정제수를 먼저 담습니다. 뜨거운 물로 시작하면 끓어넘치기 쉽습니다.
  3. 가성소다를 나눠 넣기 — 계량한 수산화나트륨을 2~3번에 나눠 넣고, 넣을 때마다 실리콘 주걱이나 스테인리스 스푼으로 바닥까지 저어 덩어리가 생기지 않게 합니다.
  4. 환기하며 식히기 — 투명해질 때까지 저은 뒤 창가나 환풍기 아래에서 식힙니다. 찬물을 담은 볼에 용기째 받치면 식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5. 도구 바로 헹구기 — 쓴 도구는 장갑을 낀 채 흐르는 물로 충분히 헹구고, 조리 도구와 섞이지 않게 따로 보관합니다.

용기와 도구 재질도 따져야 합니다. 수산화나트륨은 금속과 플라스틱을 가리는 편이라, 집에 있는 아무 그릇이나 쓰면 녹이는 도중 용기가 먼저 망가질 수 있습니다.

  • 써도 되는 재질 — 스테인리스(304), 내열 PP·HDPE 플라스틱, 실리콘 주걱
  • 피하는 게 좋은 재질 — 유리·내열유리(알칼리가 표면을 서서히 녹이고 급격한 온도 변화에 깨질 수 있음), 나무 주걱(섬유가 삭고 알칼리를 머금음)
  • 절대 쓰면 안 되는 재질 — 알루미늄 냄비·호일(반응해 가연성 수소 기체와 열이 발생)

피부에 닿으면 미끈거리는 느낌의 정체

수산화나트륨 용액이 손에 묻으면 처음엔 따갑기보다 비눗물을 만진 듯 미끈거리는 느낌이 먼저 옵니다. 강알칼리가 피부 표면의 기름 성분을 비누로 바꾸고, 각질층 단백질을 녹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통증이 늦게 오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휴지로 닦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 그사이에도 손상은 안쪽으로 진행됩니다.

산과 알칼리는 화상 양상이 다릅니다. 염산·황산 같은 산은 닿은 부위 단백질을 굳혀 딱딱한 막을 만들고, 그 막이 더 깊은 침투를 어느 정도 막아 줍니다(응고 괴사). 반면 수산화나트륨 같은 알칼리는 조직을 녹여 흐물흐물하게 만드는 액화 괴사를 일으켜 방어막 없이 계속 파고듭니다. 같은 농도라도 알칼리 화상이 더 깊고 오래 가는 이유입니다.

눈은 더 치명적입니다. 알칼리는 각막을 빠르게 통과해 눈 속까지 들어갈 수 있어, 한 방울만 튀어도 각막 혼탁이나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서 수산화나트륨에는 신호어 ‘위험’과 함께 GHS 유해·위험 문구 H314(피부에 심한 화상과 눈 손상을 일으킴), H290(금속을 부식시킬 수 있음)이 붙습니다.

가루 상태로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땀이 난 손이나 젖은 피부에 알갱이가 붙으면 그 자리에서 녹으며 열과 알칼리를 함께 냅니다. 계량 중 바닥에 떨어진 알갱이는 맨손으로 줍지 말고 장갑을 낀 채 마른 휴지로 집어낸 뒤, 그 자리를 물걸레로 여러 번 닦아 냅니다.

Goggles must be worn(보안경 착용 필수) 문구가 적힌 작업장 안전 표지판
Figure 2. 화학물질을 다루는 작업장에 붙는 보안경 착용 표지. 알칼리 한 방울이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집에서 가성소다를 녹일 때도 기준은 같습니다. Photo: Unsplash

튀었을 때 바로 해야 할 응급처치 순서

수산화나트륨 사고에서 결과를 가르는 건 병원에 도착하기 전 몇 분입니다. 알칼리는 닦아 낸다고 끝나지 않고 조직에 스민 만큼 계속 반응하기 때문에, 흐르는 물로 오래 씻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처치입니다. MSDS의 응급조치 항목도 오염된 옷을 벗고 물로 씻어 낸 뒤 즉시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으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피부에 묻었을 때

  1. 옷·반지·시계 벗기 — 용액이 스민 옷과 장신구는 바로 벗깁니다. 머리 위로 벗기면 얼굴에 닿을 수 있으니 가위로 자르는 편이 낫습니다.
  2. 흐르는 물로 최소 15~20분 — 미지근한 수돗물을 약하게 틀어 계속 흘려보냅니다. 미끈거림이 사라져도 멈추지 않습니다. 은 생각보다 길어서 휴대폰 타이머를 켜 두는 것이 좋습니다.
  3. 문지르지 않기 — 수세미나 비누로 문지르면 손상된 피부가 더 벗겨집니다. 물만 흘려 씻습니다.
  4. 진료 받기 — 붉은 기가 가라앉지 않거나 물집, 하얗게 변한 부위가 보이면 화상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나 응급실로 갑니다. 제품 용기나 라벨을 사진으로 챙겨 가면 처치가 빨라집니다.

눈에 들어갔을 때

눈은 몇 초 차이로 결과가 달라집니다. 콘택트렌즈는 쉽게 빠질 때만 바로 빼고,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벌린 채 흐르는 물이나 샤워기 약한 물줄기로 최소 15분 이상 씻어 냅니다. 다친 눈을 아래쪽으로 기울여야 씻긴 물이 반대쪽 눈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습니다. 씻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119 신고를 부탁하고, 증상이 가벼워 보여도 반드시 안과나 응급실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삼켰거나 들이마셨을 때

삼킨 경우 억지로 토하게 하면 식도를 한 번 더 손상시킵니다. 입안을 물로 헹군 뒤 곧바로 119에 신고합니다. 식초나 레몬즙으로 중화하려는 시도는 중화열이 추가로 생기고 처치만 늦춥니다. 녹이는 과정의 김이나 가루를 들이마셔 기침·목 따가움이 생기면 즉시 바깥 공기가 통하는 곳으로 옮기고, 숨이 차거나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면 응급실로 갑니다. 119에 전화하면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구급차 도착 전까지 할 일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응급처치 내용은 일반 정보입니다. 증상이 있으면 자가 판단보다 119와 의료기관의 안내를 우선하세요.

5%를 넘으면 유해화학물질이 되는 기준

법에서 수산화나트륨을 어떻게 부르는지는 농도와 법률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기준은 화학물질관리법으로, 수산화나트륨과 이를 5% 이상 함유한 혼합물은 유해화학물질로 관리됩니다. 5% 미만으로 희석된 제품은 이 기준에서는 유해화학물질이 아닙니다. 가정에서 비누용으로 녹이는 25~33% 용액은 기준의 5~6배 농도라는 뜻입니다.

분류 체계도 최근 바뀌었습니다. 2024년 2월 개정돼 부터 시행된 개정 화학물질관리법은 기존 ‘유독물질’이라는 한 가지 이름을 인체급성유해성물질·인체만성유해성물질·생태유해성물질로 나눠 유해성 특성에 맞게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예전 자료에 ‘유독물질 수산화나트륨’이라고 적힌 것은 개정 전 명칭이고, 사업장에서 취급한다면 화학물질정보시스템(NCIS)에서 현재 분류와 규정수량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가성소다를 살 때 본인인증 단계가 붙는 것도 이 법 때문입니다. 화학물질관리법 시행규칙의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은 사업자등록증 사본 확인, 공동인증서(옛 공인인증서) 확인, 휴대폰 인증 같은 본인확인기관을 통한 확인 중 하나를 거친 구매자에게 팔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비누 재료 쇼핑몰이 가성소다만 따로 인증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수산화나트륨을 흔히 ‘위험물’이라고 부르지만, 국내 위험물안전관리법의 위험물(제1~6류, 인화성·산화성 물질 중심)에는 수산화나트륨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물과 만나면 불이 붙는 금속 나트륨은 제3류 위험물인데, 이미 산소·수소와 결합한 수산화나트륨은 불이 붙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국제 운송 기준에서는 제8급 부식성 물질로 분류돼 운반 차량과 드럼에 부식성 표지와 UN 번호가 붙습니다.

위쪽에 위험 번호 80, 아래쪽에 UN 번호 1824가 적힌 주황색 위험물 운송 표지판
Figure 3. 유럽 도로운송 규정(ADR)의 주황색 운송 표지. 위의 80은 부식성 물질, 아래 1824는 수산화나트륨 용액을 뜻하는 UN 번호입니다. Image: BalkoMilan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법률·기준별로 달라지는 수산화나트륨의 지위
기준수산화나트륨의 지위생활에서 체감하는 부분
화학물질관리법5% 이상 함유 시 유해화학물질온라인 구매 시 본인인증, 판매·보관 기준
산업안전보건법최고노출기준(C) 2 mg/m3, MSDS 작성 대상작업장 경고 표지·보호구 비치
위험물안전관리법해당 없음 (금속 나트륨은 제3류 위험물)위험물 저장소 규정은 적용되지 않음
국제 위험물 운송 기준제8급 부식성 물질, UN 1823·1824항공 화물·해외 배송 제한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허용 품목, 최종식품 완성 전 중화 또는 제거식품 가공 공정 안에서만 사용

공장부터 식품까지, 수산화나트륨이 쓰이는 곳

수산화나트륨은 사람들이 직접 보지 못하는 곳에서 훨씬 많이 쓰입니다. 생산량 대부분은 공장 원료로 들어가고, 가정에서 만나는 비누·세정제는 그중 일부입니다.

  • 펄프·제지 — 나무칩을 수산화나트륨이 든 약액에 삶아 섬유만 남기는 크라프트 공정에 쓰입니다.
  • 알루미늄 제련 — 보크사이트 광석에서 알루미나를 녹여 뽑아내는 바이어 공정의 핵심 약품입니다.
  • 섬유 가공 — 면사를 진한 수산화나트륨 용액에 담가 광택과 염색성을 높이는 머서화, 폴리에스터 원단을 얇고 부드럽게 만드는 알칼리 감량 가공에 들어갑니다.
  • 비누·세제·바이오디젤 — 유지를 비누로 바꾸는 비누화 반응, 식물성 기름을 바이오디젤로 바꾸는 반응의 촉매로 쓰입니다.
  • 수처리·전자 소재 — 정수장·폐수처리장에서 산성 물을 중화해 pH를 맞추고,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의 일부 세정 공정에도 쓰입니다.

식품에도 쓰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에 수산화나트륨이 올라 있고, 그린 올리브의 떫은맛을 빼거나 통조림용 복숭아 껍질을 벗길 때, 프레첼을 굽기 전 표면을 담그는 용도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최종식품 완성 전에 중화하거나 제거하도록 사용기준을 정해 두었습니다. Codex·EU·미국이 적정량 사용을 허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과 일본의 기준이 더 엄격한 편입니다.

건해삼처럼 조건이 따로 붙은 품목도 있습니다. 건해삼을 불릴 때는 0.05% 이하 수산화나트륨 용액에 12시간 이내로 담갔다가, 해삼 부피의 5배 되는 물에 1시간 이상 담그고 흐르는 물로 헹궈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식품용 표시가 없는 공업용 가성소다를 집에서 음식에 쓰는 것은 순도·불순물 기준이 달라 피해야 합니다.

세탁에 가성소다를 쓰면 옷감이 상하는 경우

예전에는 양잿물에 흰 빨래를 삶았다는 이야기 때문에 수산화나트륨을 세탁에 써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기름때와 단백질 얼룩을 분해하는 힘은 확실히 강하지만, 그 힘이 섬유에도 그대로 작용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특히 울·실크·캐시미어 같은 동물성 섬유는 단백질로 되어 있어 강알칼리에 녹아내립니다. 머리카락이 배수관 세정제에 녹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폴리에스터도 뜨거운 수산화나트륨 용액에서는 표면이 조금씩 깎여 나가 반복하면 올이 약해지고, 면은 비교적 잘 견디지만 고농도로 삶으면 색이 빠지거나 누렇게 변할 수 있습니다. 헹굼이 부족해 섬유에 남은 알칼리는 피부 가려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가정 세탁에는 목적에 맞게 더 순한 알칼리를 고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흰옷 누런 때와 표백에는 과탄산소다, 기름때 초벌 세척에는 세탁소다(탄산나트륨), 냄새 제거와 가벼운 세정에는 베이킹소다가 각자 맡은 역할이 있습니다. 이름에 모두 ‘소다’가 붙어 헷갈리지만 알칼리 세기는 아래 표처럼 크게 다릅니다.

가정에서 쓰는 알칼리 세정 재료 비교 (1% 수용액 기준 대략적 pH)
재료성분pH주 용도맨손 사용
베이킹소다탄산수소나트륨 NaHCO3약 8.3냄새 제거, 가벼운 연마 세정가능
과탄산소다과탄산나트륨약 10.5산소계 표백, 흰옷·행주 삶기장갑 권장
세탁소다(탄산소다)탄산나트륨 Na2CO3약 11.4기름때 초벌 세척, 세제 보조장갑 권장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 NaOH약 13.4고형 비누 제조, 배관 세정제 원료불가 (보안경 필수)
가성가리수산화칼륨 KOH약 13.2물비누·액체비누 제조불가 (보안경 필수)

pH는 1 차이가 수소 이온 농도로 10배 차이라서, 세탁소다와 가성소다의 pH 2 차이는 알칼리 세기로 약 100배에 해당합니다. 흰 빨래를 삶는 용도라면 가성소다 대신 과탄산소다를 40~60℃ 물에 풀어 쓰는 방식이 옷감과 손 모두에 훨씬 무리가 적습니다.

배수관 세정제 속 수산화나트륨, 섞으면 안 되는 조합

시판 액상·젤 타입 배수관 세정제 중 상당수는 수산화나트륨을 주성분으로 씁니다. 배수관을 막는 주범인 머리카락(단백질)과 굳은 기름을 한꺼번에 녹이는 데 값싸고 효과가 확실한 성분이기 때문이고, 락스 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함께 넣은 제품도 있습니다. 제품 뒷면 성분표에 수산화나트륨이 적혀 있다면 이 글의 주의점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가장 위험한 건 다른 제품과 섞는 순간입니다. 막힘이 잘 안 풀린다고 집에 있는 세정제를 차례로 붓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아, 아래 조합은 반드시 피합니다.

  • 산성 세정제 — 염산 계열 변기·타일 세정제, 구연산, 식초와 섞으면 격렬한 중화 반응으로 열이 나고 용액이 튀어 오릅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든 제품이라면 산과 만나 염소 기체까지 생깁니다.
  • 알루미늄·아연도금 부품 — 알루미늄과 반응해 수소 기체와 열이 발생합니다. 오래된 욕조 배수구 부속이 알루미늄이면 부식될 수 있습니다.
  • 끓는 물 — 세정제를 붓고 곧바로 끓는 물을 부으면 발열과 겹쳐 역류·튐이 생깁니다. 제품에 적힌 대기 시간이 끝난 뒤 미지근한 물로 헹굽니다.
  • 다른 배수관 세정제 — 제품을 바꿔 연달아 붓지 않습니다. 한 제품이 효과가 없으면 물로 충분히 흘려보낸 뒤 관통기를 쓰거나 전문 업체를 부릅니다.
스테인리스 싱크대 배수구와 원형 거름망 클로즈업
Figure 4. 주방 싱크대 배수구. 기름때와 음식물 찌꺼기가 쌓이는 곳이라 알칼리 세정제가 효과를 내지만, 산성 세정제와 번갈아 쓰면 위험한 반응이 생깁니다. Photo: Unsplash

고체 가성소다를 사다가 배수구에 직접 붓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물이 고인 배수구에 알갱이를 넣으면 좁은 공간에서 급격히 녹으며 끓어오르고, 반대로 물기가 적으면 배관 속에서 덩어리째 굳어 막힘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농도와 점도가 조절된 완제품을 설명서대로 쓰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시판 세정제는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제도에 따라 성분과 신고번호가 표시되니 구매 전에 확인해 둡니다.

쓰고 난 뒤에는 욕실 문을 열고 환풍기를 켜 두고, 아이와 반려동물이 배수구 근처에 가지 않게 합니다. 같은 날 욕실 곰팡이 청소를 한다면 락스·산성 세정제와 시간 차를 두고, 배수구를 물로 충분히 헹군 뒤 진행합니다.

비누 만들 때 가성소다를 0.1g 단위로 재는 이유

수제 비누의 원리는 기름(트리글리세라이드)과 수산화나트륨이 만나 지방산나트륨, 곧 비누와 글리세린으로 바뀌는 비누화 반응입니다. 기름 1g을 비누로 바꾸는 데 필요한 수산화나트륨 양은 기름마다 정해져 있고, 이것을 비누화값이라고 부릅니다. 올리브유는 약 0.135, 코코넛오일은 약 0.183이라 같은 1kg이라도 코코넛오일에 가성소다가 48g 더 들어갑니다.

계산보다 가성소다가 많으면 반응하지 못한 알칼리가 비누에 남아 피부를 자극하고, 적으면 기름이 남아 무르고 쉽게 산패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기름을 몇 % 남기도록 가성소다를 줄여 잡는데, 이를 과지방률이라고 합니다. 세안·샤워용은 보통 5~8%, 세탁·청소용은 0~3%로 잡습니다. 오일 1kg 배합에서 가성소다 5g 차이는 과지방률로 3~4%p에 해당해, 주방 저울 대신 0.1g 단위 전자저울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일 1kg을 비누로 만들 때 필요한 수산화나트륨 양 (SoapCalc 비누화값 기준)
오일비누화값(NaOH)과지방 0%과지방 5%비누 성질
올리브유0.135135 g128 g순하고 보습감, 굳는 데 오래 걸림
코코넛오일0.183183 g174 g거품 풍성·세정력 강함, 많으면 건조
팜유0.142142 g135 g단단하고 오래 씀
대두유·폐식용유0.136136 g129 g무른 편, 세탁 비누로 흔히 씀
쌀겨유(미강유)0.133133 g126 g부드러운 사용감
시어버터0.128128 g122 g단단함·보습, 소량 배합
피마자유0.128128 g122 g거품 유지, 전체의 5~10%만

가성소다 비누 기본 순서

  1. 계량 — 글 위쪽 계산기로 오일·가성소다·정제수 양을 정하고, 오일과 가성소다를 각각 0.1g 단위로 잽니다.
  2. 가성소다 용액 만들기 — 정제수에 가성소다를 나눠 넣어 녹이고 40~45℃까지 식힙니다.
  3. 오일 온도 맞추기 — 고체 오일(코코넛·팜·시어버터)을 녹여 액체 오일과 섞고, 역시 40~45℃로 맞춥니다.
  4. 섞기와 트레이스 — 오일에 용액을 천천히 부으며 핸드블렌더를 짧게 끊어 돌립니다. 주걱으로 떨어뜨렸을 때 자국이 잠시 남는 되직한 상태(트레이스)가 되면 멈춥니다.
  5. 틀에 붓고 보온 — 틀에 붓고 수건이나 스티로폼 상자로 감싸 24~48시간 둡니다. 이때 반죽도 강알칼리라 맨손으로 만지지 않습니다.
  6. 탈형·숙성 — 굳으면 꺼내 자르고, 통풍되는 그늘에서 4~6주 숙성합니다. 이 기간에 비누화가 마무리되고 수분이 빠져 단단해집니다.

숙성이 끝난 비누의 pH는 보통 9~10 정도로 시판 고형 비누와 비슷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수산화나트륨이 비누와 글리세린으로 바뀌어 원래 물질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pH 시험지로 11 이상이 나오거나 표면에 하얀 가루·기름 방울이 맺혀 있다면 계량 실수를 의심하고 피부용으로 쓰지 않습니다. 남은 폐식용유로 세탁 비누를 만드는 흐름은 식용유 처리 방법을 다룬 글에서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올리브유로 만든 초록빛 마르세유 비누와 주황빛 알레포 비누 두 덩어리
Figure 5. 올리브유에 알칼리를 반응시켜 만드는 지중해 전통 비누. 왼쪽이 프랑스 마르세유 비누, 오른쪽이 월계수 기름을 더한 시리아 알레포 비누입니다. Image: DimiTalen / Wikimedia Commons (CC0)

뚜껑을 열어 둔 가성소다가 굳어 버리는 이유

가성소다는 공기 중 수분을 빨아들이는 조해성이 강해 뚜껑을 잠깐 열어 두기만 해도 알갱이끼리 달라붙기 시작합니다. 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겉이 탄산나트륨으로 바뀌면, 같은 무게를 달아도 실제 수산화나트륨 양이 줄어 비누 계량이 틀어집니다. 오래 열어 둔 가성소다로 만든 비누가 잘 굳지 않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보관은 ‘습기·아이·산’을 피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 원래 용기(HDPE 밀폐통)째 쓰고, 쓸 만큼 덜어 낸 뒤 바로 뚜껑을 닫습니다.
  • 설탕·소금·조미료와 헷갈리지 않게 음식 용기에 옮겨 담지 않고, 라벨에 ‘가성소다(강알칼리)’를 크게 적어 둡니다.
  • 아이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이나 잠금 수납장에, 산성 세정제·알루미늄 제품과 떨어뜨려 둡니다.
  • 습한 욕실·싱크대 아래보다 서늘하고 건조한 다용도실이 낫습니다.

쓰고 남은 가성소다를 봉지째 일반 쓰레기로 버리면 수거 과정에서 봉지가 젖거나 찢어져 작업자가 다칠 수 있습니다. 양이 적다면 다음 작업에 쓰도록 밀봉해 두고, 꼭 처분해야 한다면 구입처나 거주지 시·군·구청 청소 담당 부서에 배출 방법을 먼저 문의합니다. 비누를 만들고 남은 소량의 용액은 흐르는 물을 크게 틀어 둔 상태에서 조금씩 흘려보내 충분히 묽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산화나트륨과 가성소다, 양잿물은 같은 물질인가요? 네, 모두 NaOH를 가리킵니다. 가성소다는 caustic soda를 옮긴 이름이고, 양잿물은 서양에서 들어온 잿물이라는 옛 이름입니다. 가정용은 보통 순도 98% 안팎의 알갱이나 플레이크 형태로 팔립니다.

Q. 수산화나트륨 수용액은 몇 %부터 위험한가요? 법적으로는 5% 이상이면 화학물질관리법상 유해화학물질입니다. 다만 1% 용액도 pH가 13을 넘어 눈에 들어가면 손상을 줄 수 있으니, 농도가 낮다고 보호구를 생략하면 안 됩니다.

Q. 피부에 묻었을 때 식초로 중화하면 안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중화 반응에서 열이 추가로 나고, 식초를 찾는 사이 씻어 내는 시간이 늦어집니다. 흐르는 물로 최소 15~20분 씻는 것이 먼저입니다.

Q. 수산화칼륨(가성가리)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둘 다 강알칼리지만 수산화나트륨으로 만든 비누는 단단한 고형 비누, 수산화칼륨으로 만든 비누는 물러서 물비누·액체비누가 됩니다. 분자량이 달라(KOH 약 56.1) 같은 기름에 필요한 양이 약 1.4배 차이 나므로 두 물질의 계산값을 서로 바꿔 쓰면 안 됩니다.

Q. 가성소다로 만든 비누는 완성 후에도 위험한가요? 4~6주 숙성을 마친 비누는 수산화나트륨이 비누와 글리세린으로 바뀌어 원래 물질이 남지 않습니다. 다만 계량이 틀렸거나 숙성이 짧으면 알칼리가 남을 수 있어, pH 시험지로 10 안팎인지 확인한 뒤 피부에 씁니다.

Q. 수산화나트륨 MSDS는 어디서 확인하나요? 안전보건공단 물질안전보건자료 시스템에서 물질명이나 CAS 번호 1310-73-2로 검색하면 유해성, 응급조치, 보관 방법이 담긴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구매한 제품의 제조·수입사 MSDS가 따로 있다면 그쪽 수치를 우선합니다.

Q. 공업용 가성소다를 음식에 써도 되나요? 안 됩니다. 식품에는 식품첨가물 규격에 맞는 제품만 쓸 수 있고, 그마저도 최종식품 완성 전에 중화하거나 제거해야 합니다. 공업용은 중금속 같은 불순물 기준이 식품용과 다릅니다.

마무리

수산화나트륨은 이름이 여럿이고 쓰임도 넓지만, 다룰 때 지킬 원칙은 몇 줄로 정리됩니다. 물을 먼저 담고 가성소다를 조금씩 넣을 것, 보안경과 장갑을 먼저 갖출 것, 피부나 눈에 닿으면 무엇보다 흐르는 물로 오래 씻을 것, 산성 세정제·알루미늄과 떨어뜨려 둘 것. 이 네 가지만 몸에 익혀도 가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고의 상당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비누를 만들 계획이라면 글 위쪽 계산기로 배합을 먼저 확인하고, 처음 몇 번은 오일 500g 이하 소량으로 연습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세탁이나 가벼운 청소처럼 더 순한 재료로 해결되는 일이라면 굳이 수산화나트륨을 꺼내지 않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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