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릭요거트만들기를 검색해서 따라 했는데, 시판처럼 숟가락이 꽂힐 만큼 되직하지 않고 묽은 떠먹는 요거트에서 멈춘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 발효까지는 성공하지만 마지막 ‘거르기’ 한 단계를 건너뛰거나 시간을 잘못 잡아서 그렇다. 그릭요거트는 특별한 균이나 비싼 기계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일반 요거트에서 유청(乳清)을 얼마나 빼느냐로 결정된다. 우유 데우기·종균·발효·거르기 네 단계만 제대로 잡으면 마트 우유로 시판보다 진한 그릭요거트가 나온다.

그릭요거트만들기, 핵심은 ‘거르기’ 한 단계다
먼저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그릭요거트는 그릭이라는 특별한 균으로 발효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떠먹는 요거트와 발효 과정은 완전히 동일하다. 차이는 발효가 끝난 뒤에 생긴다. 일반 요거트를 면포나 거름망에 올려 유청을 빼내면 부피는 절반으로 줄고 농도는 두 배가 된다. 이렇게 물기를 빼서 꾸덕하게 만든 것이 그릭요거트, 더 오래 빼면 크림치즈처럼 발리는 라브네가 된다.
그래서 그릭요거트만들기의 성패는 ‘얼마나 잘 발효했나’보다 ‘유청을 얼마나 빼냈나’에 달려 있다. 발효는 균이 알아서 하지만 거르기는 사람이 시간을 조절해야 하고, 바로 이 단계를 생략하거나 30분 만에 끝내버려서 묽은 결과물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농촌진흥청 발효식품 자료에서도 그릭요거트를 발효유를 여과해 수분을 제거한 농축 발효유
로 정의한다. 핵심은 발효가 아니라 여과라는 뜻이다.
정리하면 과정은 두 갈래다. ① 우유부터 발효해 요거트를 만든 뒤 거른다(처음부터 직접), 혹은 ② 시판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를 사서 거르기만 한다(가장 빠른 지름길). 시간이 없으면 ②번만 해도 충분히 그릭요거트가 된다. 아래에서는 우유부터 시작하는 정식 방법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중간중간 ②번 지름길도 함께 짚는다.
준비물과 재료 — 우유·종균·면포 세 가지면 끝
거창한 도구는 필요 없다. 핵심 재료는 우유와 종균 둘뿐이고, 나머지는 발효 온도를 유지할 용기와 거를 천이다. 우유는 일반 살균우유든 UHT 멸균우유든 모두 가능하다. 다만 멸균우유는 이미 고온 처리가 끝나 있어 데우는 과정을 생략해도 되는 장점이 있다. 저지방·무지방 우유는 발효는 되지만 거른 뒤 식감이 푸석해지므로, 처음이라면 일반 우유(유지방 약 4%)를 권한다.
종균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시판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 2큰술이면 충분한 균이 들어 있고, 좀 더 일정한 결과를 원하면 동결건조 스타터 분말을 쓴다. 단, 종균으로 쓸 요거트는 반드시 설탕·향료가 없는 플레인이어야 한다. 당이 들어간 제품은 잡균이 같이 자라기 쉽다.
| 항목 | 권장 | 대략 비용 | 대체 가능 |
|---|---|---|---|
| 우유 | 일반 우유 1L | 약 2,900원 | 멸균우유(데우기 생략 가능) |
| 종균 |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 2큰술 | 약 1,000원(1회분) | 동결건조 스타터 분말 |
| 발효 용기 | 열탕 소독한 유리병 | 0원(집에 있는 것) | 요거트 메이커 내통 |
| 거르는 천 | 면포 또는 거름망 | 약 3,000원 | 커피필터·키친타월 2겹 |
온도계가 있으면 편하지만 없어도 된다. 우유를 데웠다가 손목에 떨어뜨려 따뜻하다고 느끼는 정도(약 43℃)까지 식히면 그게 종균 넣기 좋은 온도다. 너무 뜨거우면 균이 죽고, 너무 차면 발효가 더디다.
그릭요거트 만드는 법 4단계
아래 순서대로만 하면 된다. 멸균우유를 쓰면 1번을 건너뛰고, 시판 요거트를 거르기만 할 거라면 5번부터 보면 된다.
- 우유 데우기: 우유를 약 80~85℃까지 데운다. 끓이지는 말고 가장자리가 살짝 보글거릴 때 불을 끈다. 이 과정이 단백질 구조를 풀어줘 발효 후 더 단단하게 굳는다. 멸균우유는 이미 가열돼 있어 생략 가능.
- 식히기: 데운 우유를 43℃ 안팎까지 식힌다. 손목 안쪽에 떨어뜨려 따뜻하지만 뜨겁지 않으면 적당하다. 이 온도를 못 맞추면 균이 죽거나 안 깨어난다.
- 종균 넣고 섞기: 식힌 우유에 플레인 요거트 2큰술(또는 스타터 분량)을 넣고 덩어리 없이 골고루 푼다. 종균이 우유 전체에 퍼져야 고르게 굳는다.
- 발효시키기: 40~45℃를 유지하며 ~ 둔다. 표면이 푸딩처럼 흔들림 없이 굳고 살짝 신 향이 나면 1차 완성(여기까지가 일반 요거트).
- 유청 거르기: 굳은 요거트를 면포·거름망에 올려 냉장고에서 ~ 둔다. 거르는 시간이 길수록 되직해진다. 이 단계가 일반 요거트와 그릭요거트를 가른다.

요거트 메이커 없이 발효 온도 유지하는 법
발효의 관건은 40~45℃를 6시간 이상 유지하는 것이다. 전용 기계가 없어도 집에 있는 도구로 충분히 가능하다. 가장 흔한 방법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 에어프라이어·오븐 발효 기능: 40℃ 발효 모드가 있으면 그대로 사용. 없으면 예열 후 끄고 내부 잔열 + 전구로 보온.
- 전기밥솥 보온: 보온 버튼은 보통 60℃ 이상이라 그대로 두면 너무 뜨겁다. 뚜껑을 살짝 열어두거나 보온을 켰다 껐다 하며 온도를 낮춰야 한다.
- 전기장판·전기방석: 약(弱)으로 켠 장판 위에 병을 올리고 수건으로 감싸면 은근한 온기가 유지된다. 겨울철 자취방에서 많이 쓰는 방법.
- 보온병·아이스박스: 데운 우유를 보온병에 넣거나, 따뜻한 물을 채운 아이스박스에 병을 담가 두면 열을 오래 가둔다.
어떤 방법이든 핵심은 너무 뜨겁지 않게다. 50℃를 넘으면 유산균이 약해지고, 30℃ 아래로 떨어지면 발효가 멈춘다. 온도가 들쭉날쭉하면 표면만 굳고 속은 묽은 실패가 자주 나온다.
처음이라면 도구는 뭘 갖추면 될까
맨손으로도 되지만, 매번 온도가 들쭉날쭉하거나 면포가 자꾸 찢어져 스트레스라면 도구 몇 가지가 성공률을 확 올린다. 꼭 비싼 걸 살 필요는 없고, 자신이 자꾸 실패하는 지점에 맞춰 하나씩 보완하면 된다.
- 요거트 메이커 — 발효 온도 유지가 매번 들쭉날쭉해 결과가 일정하지 않을 때
- 요거트 종균 스타터 — 시판 요거트를 종균으로 쓰면 자꾸 묽게 굳을 때
- 요거트 거름망·면포 — 키친타월·커피필터가 자꾸 찢어지거나 종이맛이 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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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트 메이커는 1~2만 원대 제품으로도 40℃ 정온 유지가 되어 가장 확실하다. 다만 없어도 위에서 설명한 방법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으니, 일단 집에 있는 도구로 한 번 만들어 본 뒤 부족함을 느낀 부분만 보완하는 순서를 권한다.
되직하게 vs 묽게 — 거르는 시간이 농도를 만든다
같은 요거트라도 거르는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질감이 나온다. 떠먹기 좋은 부드러운 그릭부터, 칼로 자를 수 있는 라브네까지 시간만 조절하면 된다. 아래 표를 기준으로 원하는 농도를 잡으면 된다.
| 거르는 시간 | 완성 무게(대략) | 질감 | 어울리는 용도 |
|---|---|---|---|
| 거르지 않음 | 약 1,000g | 떠먹는 묽은 요거트 | 음료·스무디 |
| 약 750g | 부드러운 그릭 | 그래놀라·과일 | |
| 약 550g | 되직한 그릭(시판 수준) | 토스트·딥소스 | |
| 약 400g | 크림치즈 같은 라브네 | 베이글·샐러드 |
표에서 보듯 우유 1L가 되직한 그릭요거트로는 500g 안팎밖에 안 남는다. 나머지 절반은 유청으로 빠진 셈이다. 시판 그릭요거트가 비싼 이유, 그리고 직접 만들면 그만큼 가성비가 좋은 이유가 여기 있다. 너무 오래 걸러 빽빽해졌다면 빠진 유청을 조금 다시 섞어 농도를 맞추면 된다.

자주 하는 실패와 원인 — 안 굳고, 시고, 물 많을 때
그릭요거트만들기에서 나오는 실패는 대부분 세 가지로 압축된다. 원인을 알면 다음 회차에서 바로 잡을 수 있다.
안 굳는다 / 묽게만 멈춘다
가장 흔한 원인은 온도다. 종균을 너무 뜨거운 우유(50℃ 이상)에 넣어 균이 죽었거나, 발효 온도가 낮아 균이 못 깨어난 경우다. 종균으로 쓴 요거트가 오래돼 균이 약해졌을 수도 있다. 우유를 다시 데웠다 적정 온도로 식히고, 신선한 무가당 요거트로 종균을 바꿔 본다.
너무 시큼하다
발효를 너무 오래 한 경우다. 12시간을 넘기면 산이 과하게 만들어져 시큼해진다. 표면이 굳고 향이 살짝 올라오면 바로 냉장고로 옮겨 발효를 멈춘다. 신맛이 강하게 났다면 꿀이나 과일을 곁들여 중화하면 먹기 편하다.
거르는데도 물이 계속 빠진다
이건 실패가 아니라 정상이다. 유청은 천천히 계속 빠지므로, 원하는 농도가 되면 그때 거르기를 멈추면 된다. 다만 면포 대신 너무 촘촘한 천을 쓰면 물이 거의 안 빠져 답답할 수 있으니, 면포나 거름망 위에 면포 한 겹 정도가 적당하다.
시판 vs 홈메이드 — 비용·단백질 비교
직접 만드는 가장 큰 동기는 결국 비용과 무첨가다. 시판 그릭요거트는 100g 컵이 2,000~3,000원대로, 매일 먹으면 부담이 크다. 반면 우유 1L(약 2,900원)로 되직한 그릭 약 500g이 나오니 100g당 600원 수준이다. 게다가 설탕·향료·증점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완전 무가당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 구분 | 100g당 비용 | 당 함량 | 단백질(대략) | 첨가물 |
|---|---|---|---|---|
| 시판 무가당 그릭 | 약 2,000~3,000원 | 제품마다 다름 | 약 8~10g | 증점제 포함 제품 있음 |
| 홈메이드 그릭 | 약 600원 | 0g(무첨가) | 약 8~10g | 없음 |
단백질 함량은 거른 정도에 따라 올라간다. 같은 무게라도 더 오래 걸러 농축할수록 100g당 단백질이 높아져, 되직하게 거른 그릭일수록 단백질 밀도가 높다. 다만 영양 성분은 사용한 우유와 거른 시간에 따라 달라지므로 위 수치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다. 그릭요거트가 몸에 어떤 점에서 좋은지는 그릭요거트 효능 정리 글에서 따로 다뤘다.

보관과 활용 — 빠진 유청까지 알뜰하게
완성한 그릭요거트는 열탕 소독한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고, 가급적 5~7일 안에 먹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맛이 강해지고 다시 물이 조금씩 빠지니, 많이 만들었다면 소분해 두는 편이 좋다. 다음 회차의 종균으로 2큰술을 따로 남겨 두면 우유만 사서 계속 이어 만들 수 있다.
거르면서 빠진 노란 유청도 버리지 말자. 유청에는 단백질과 유당이 남아 있어 활용처가 많다. 빵 반죽의 물 대신 넣으면 더 촉촉해지고, 스무디나 국물 요리에 섞으면 감칠맛이 돈다. 리코타 치즈를 만들 때 쓰기도 한다.
활용은 농도에 따라 갈린다. 부드럽게 거른 그릭은 과일·그래놀라와, 되직하게 거른 라브네는 소금·올리브유를 더해 빵에 발라 먹으면 좋다. 일반 요거트와 그릭요거트의 영양·식감 차이가 궁금하다면 요거트 vs 그릭요거트 비교 글을 함께 보면 도움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멸균우유로도 그릭요거트가 되나요? 됩니다. 멸균우유는 이미 고온 살균돼 있어 데우는 1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43℃ 안팎에서 종균을 넣어도 됩니다. 오히려 초보자에게는 실패가 적은 방법입니다.
Q. 종균 없이 우유만으로 만들 수 있나요? 어렵습니다. 요거트는 유산균이 우유를 발효시키는 것이라, 시판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 2큰술이나 스타터 분말 같은 종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Q. 발효는 됐는데 묽기만 합니다. 그릭이 안 돼요. 발효된 요거트를 면포·거름망에 올려 냉장고에서 최소 2시간 이상 유청을 빼야 그릭요거트가 됩니다. 이 거르기 단계를 건너뛰면 묽은 일반 요거트에서 멈춥니다.
Q. 거른 유청은 버려야 하나요? 아닙니다. 빵 반죽, 스무디, 국물 요리에 넣으면 단백질과 풍미를 살릴 수 있습니다. 그냥 마셔도 되지만 신맛이 강할 수 있습니다.
Q. 저지방·무지방 우유로 만들면 안 되나요? 발효와 거르기는 됩니다. 다만 거른 뒤 식감이 다소 푸석하고 크리미함이 덜합니다. 부드러운 질감을 원하면 일반 우유가 낫습니다.
Q. 한 번 만든 그릭요거트로 다음 요거트의 종균을 써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직접 만든 요거트 2큰술을 다음 회차 종균으로 쓰면 됩니다. 다만 회를 거듭하면 균력이 약해질 수 있어, 몇 번에 한 번씩은 새 종균으로 바꿔 주는 게 안정적입니다.
마무리
그릭요거트만들기는 결국 우유를 발효시키고, 유청을 거르는 두 동작으로 요약된다. 발효는 40~45℃를 6시간 이상 유지하는 것, 거르기는 원하는 농도가 될 때까지 냉장고에서 면포로 물을 빼는 것이 전부다. 시판처럼 안 되직했다면 십중팔구 거르기를 생략했거나 너무 짧게 했기 때문이다. 마트 우유 한 팩이면 첨가물 없는 무가당 그릭요거트 한 통이 나오니, 오늘 저녁 우유를 데우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된다.
링크 추천
출처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유·발효식품 가이드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발효유 식품 정보